*다음은 젊은 건축매거진 '잡담' 2020년 여름호에 에디터로 참여한 글이다. 내가 2년 동안 참여한 건축잡지 '잡담'은 텀블벅에서 찾을 수 있다. 텀블벅링크 이동
‹잡담› 편집부
잡담은 건축을 공부하는, 건축을 사랑하는 20대가 모인 학생 건축 비평 콜렉티브입니다. 서울-경기권의 학과 무관 대학생으로 구성되어 매주 회의를 통해 연 4회 계간지를 발행합니다. 현재 텀블
www.tumblbug.com
"와 이거 그냥 공짜 여행 아니야?!"
라는 순간의 판단으로 자기소개서, 그리고 독일에 가서 작성할 포트폴리오의 주제, 독일에 대한 나의 열정을 꾸역꾸역 적어 낸 지 어언 여섯 달 정도가 지났다. 고려대학교에서 진행하는 글로벌 리더십 프로그램(Global Leadership Program, 이하 GLP)은 한 달은 국내에서, 한 달은 해외 현지에서 어학수업과 문화특강을 듣는 강좌로, 국비 지원을 받아 독일 GLP의 경우 고려대학교가 현지에서의 교육비와 숙박, 비행기표를 제공한다. 돈은 없고, 여행을 가도 3~4일 만으로는 성이 안풀리는 나에게 한 달이라니. 한 달. 머릿속으로는 이미 베를린의 펍에서 맥주와 소시지를 먹고 있었다.
기대를 가득 품고 지원서를 쓰고, 면접에서는 건축을 주제로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오겠다 장담한 후 프로그램에 선발되어 1달 동안 독일 바덴뷔르템베르크 주의 작은 시골 도시 튀빙겐에서 지낼 수 있었다. 한편 난생처음 들어본 적 없는 독일어를 두 달 동안 배우고 현지에서는 유럽연합 정치와 역사, 인권 수업을 듣는 만큼 결국 내가 상상하던 탱자탱자 놀고먹는 '여행'은 아니었다.
"튀빙겐이 어딘데?"
아무것도 모르고 지원한 나는 그게 어딘지 몰랐고 Tubingen의 ü도 읽을 줄 몰라서 이름도 못 읽었다. 독일이면 베를린, 뮌헨, 프랑크푸르트 등 사람들 복작복작한 대도시도 많은데 왜 튀빙겐인가. 찾아보니 인구는 고작 9만 명이 채 되지 않고 그중 3할은 튀빙겐 대학교(Eberhard Karls Universität in Tübingen)의 학생들로 작은 대학 도시이다. 독일 하면 생각나는 첨단기술은 오간 데 없고 시내에서도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안테나가 터지지 않는 이곳은 20~30분 정도만 버스를 타면 광활한 밭이 나온다. '아, 큰일 났다.' - 현지에서 일주일이 지나자 같이 온 우리학교 학생들 사이에서는, 학교가 우리를 이곳에 가둬버렸다는 것이 확실시되었다.
랜드마크라 할 수 있는 것은 구도심에 있는 성당(Stiftskirche St. Georg) 하나와 언덕 위에 있는 호헨 튀빙겐 성(Schloss Hohentübingen이 있다. 성이 있는 언덕 아래, 성당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는 작은 집에서 살았던 나는 일주일이 채 지나지 않아 가이드북에서 본 모든 명소를 다 가볼 수 있었다. 가이드북이라 해봤자 튀빙겐을 소개하는 부분은 달랑 2장이 고작이었으니, 그 이후로는 순전히 내 눈으로 도시를 감상해야 했다. 역설적이게도 재밌는 감상의 대상이란 빽빽하게 전시된 도시의 랜드마크가 아니라, 감질나게 보여주는 이런 마을임을 시간이 지난 후에 알았다.
튀빙겐은 옛날부터 튀빙겐성과 도시의 중심인 구시가지가 있는 강 북쪽과, 비교적 뒤늦게 개발된 강 남쪽으로 이루어져 있다. 사실상 유일한 대중교통이 버스이기 때문에 튀빙겐 대학교가 각 학생에게 한 달 정기권을 나눠줬지만, 바보 같은 나는 강의실까지 버스로 5분밖에 안 걸린 다는 사실을 한국으로 돌아오기 며칠 전에 깨달아버려서 매일 아침을 걸어 다녔다. 강의실까지 걸어서 20분 정도였기 때문에, 몸은 좀 피곤해도 와중에 도시의 이모저모를 뜯어 볼 수 있었다. 한 달 동안 이렇게 학교를 오가며 써 내려간 나의 머릿속 가이드북을 잡담과 나눈다.
(2부에서 계속)
'😐 건축 이야기 > 칼럼' 카테고리의 다른 글
[서울도시건축전시관 기자단] 주소를 허물어라 : 식민지 경성의 “창씨개명" (0) | 2022.04.27 |
---|---|
[건축칼럼] 독일 남부 소도시, 튀빙겐 관찰기 (3) - 독일 여행 (0) | 2021.12.05 |
[건축칼럼] 독일 남부 소도시, 튀빙겐 관찰기 (2) - 독일 여행 (2) | 2021.12.05 |
[건축칼럼] 원래 지붕을 찾아서 -노트르담 성당 (0) | 2021.12.04 |
[건축칼럼] 명동의 두 공간 - 근대에서 현재까지 (0) | 2021.12.04 |